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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Shoulders of Giants23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삶의 불가해(海)를 무력하게 떠다니는 부표 같은 인생 영화 이 침묵과 어두운 그림자로 많이 채워진 탓에, 영화가 끝난 뒤에 형언할 수 없는 허전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원작소설은 어떨까 싶어, 읽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지요. 명동에 있는 인터파크 북파크에 책을 사러 갔는데, 마침 판매용 재고는 없고 열람용만 있다고 하더군요, 무려 세 권이나 있었습니다. 한 권 꺼내가지고 아무데나 걸터앉아 내리 읽었습니다. 중편 정도의 분량이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소설은 유미코가 죽은 남편(이쿠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영화가 줄곧 롱테이크와 절제된 빛으로 유미코의 감정을 뭉근하게 전달한 것을 생각하면 서간체라는 형식은 굉장히 의외였지요. 왜냐하면 편지는 상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발각될 염려 없이 온전히 표출할 수 있는 공간.. 2018. 11. 16.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아이들에게 본이 되는 어른입니까 메이콤이라는 작은 마을에는 참 희안한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고 있습니다. 미국민의 개인주의 성향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는 이미지에 따르면 주민들 서로는, 각자의 거주 공간을 이웃에게 잘 오픈하지 않고 친교활동도 소규모로 최소한으로만 할 것 같은데 이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관심이 참 많고,또 일이 생기면 우르르 몰려오기도 잘 합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이 눈앞에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자연스레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는데, 이들이 투닥투닥 만들어내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모두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거시적으로는 흑백갈등, 사실 너무나 일방적인 백인의 흑인 천시, 사소하게는 조용히 살고 싶은 이웃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 호사가들의 뒷담화까지요.그들 스스로는.. 2018. 11. 16.
[그건사랑이었네, 한비야] 일상생활이 사랑의 실천인 삶 오지탐험가로 활동하며 을 쓰던 시절부터 저자의 팬이었습니다. , 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삶은 항상 도전과 맞닿아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쓴 그녀의 책들을 볼 때면 무언가 가슴 뜨겁게 하는 요소가 있고 안주하려 하는 안일한 정신을 일깨우는 일격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따끈한 차 한 잔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듯한 기분으로 써내려 갔다는 이 책은 그녀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있는 그녀의 직장 이야기부터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은밀한 이야기까지, 저자는 수다스럽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풀어놓고 듣는 우리는 울다가 웃게 되는 그런 책입니다. 직장이야기 사람 살리는 일,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니... 감상적인 눈으로만 보면 마냥 그 삶이 .. 2018. 11. 15.
[헉! 아프리카, 김영희] 쌀집아저씨(김영희 PD)가 그리고, 찍고, 쓴 아프리카 대학 시절, 여느 때와 같이 학사 식당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데 목사님이 오셔서 동석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의 높으신 연배와 차분하신 성품을 생각할 때 침묵 속에서 밥을 먹는 건 당연했지요. 부지런히 팔만 왔다갔다하고 있는 그 때 목사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자네, 여행책 같은 거 좋아하나?", "아 당연하죠!"라고 말할 뻔 했습니다. 저는 모든 책의 장르 중에 수필(기행문도 수필의 한 갈래이니)을 가장 선호하거든요. 그렇다고 경박스럽게 저렇게 동의할 수는 없는 법, "예, 즐겨 읽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흡족한 표정의 목사님께서 식사도 마치지 않으시고 목양실로 뛰어올라가 가져오신 것이 이 책, 였습니다. 노란색 표지에 서툰 듯한 일러스트가 정감가는, 한 마디로 첫인상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특히 .. 201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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