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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Shoulders of Giants

[그건사랑이었네, 한비야] 일상생활이 사랑의 실천인 삶

by 지표덕후 2018.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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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험가로 활동하며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쓰던 시절부터 저자의 팬이었습니다. <중국 견문록>,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삶은 항상 도전과 맞닿아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쓴 그녀의 책들을 볼 때면 무언가 가슴 뜨겁게 하는 요소가 있고 안주하려 하는 안일한 정신을 일깨우는 일격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비야 씨. 출처: 한국농어촌방송



어깨에 힘을 빼고 따끈한 차 한 잔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듯한 기분으로 써내려 갔다는 이 책은 그녀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으로 있는 그녀의 직장 이야기부터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은밀한 이야기까지, 저자는 수다스럽게 이 얘기 저 얘기를 풀어놓고 듣는 우리는 울다가 웃게 되는 그런 책입니다.


직장이야기


사람 살리는 일,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니... 감상적인 눈으로만 보면 마냥 그 삶이 행복할 것 같고 직장생활이 즐겁기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 하면 그렇게 신나던 일이 일상이 되고 직장이 되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그 전과 같은 마음으로 그 일을 대할 수 없게 됨을 왕왕 경험합니다. 오지탐험 중 드문드문 경험하였던 측은지심의 발로로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에 들어갔다면 그녀 역시 같은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긴급구호라는 말이 담고 있듯 그녀가 도와야하는 이들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너무 가난한 나라의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손놓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대형참사 현장, 일터에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목도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억울함에 자신의 가슴이 다 턱턱 막힌다고 했습니다. 잦은 철야와 이리저리 옮겨다녀야 하는 일의 특성상 육신은 항상 피로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말합니다, 원망밖에 터져나올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그들의 입에서 되려 감사와 위로의 말이 나오는 것을 들으면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체득한다고요. 또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 일을 할 때면 자신의 심장이 뛰고 피가 끓어오름을 느낀다고도. 젊어서는 세계여행을 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의 홍보담당으로 일했고, 여행할 만큼의 돈이 모이자 미련없이 승진의 길목에서 사표를 냈던 그녀가 하는 말은 한결같습니다. "나는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 당신도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신앙이야기


그녀는 루틴한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그러나 몸만 왔다갔다 한다는 부정적인 의미의 routine이 아니라, 마음까지 같이 따라가는 긍정적인 의미의 routine입니다. 한 마디로 그녀의 신앙은 그녀의 일상에 녹아있습니다. 글을 쓰다가도 잘 안 된다고 투정부리고, 글감을 불러달라고 떼쓰는 등 그녀의 기도는 짧지만 잦고, 형식은 없지만 진정성이 있습니다. 우리와 대화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이 좋아하실 기도일 거라 감히 짐작해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하나님도 그녀의 기도를 많이 들어주셨습니다. 그녀가 한 말 중에는 '성구를 인용해가며 국수가락 뽑아내듯 기도를 뽑아내시는 분들을 보면 주눅든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저는 제 마음과 너무 닮아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오랜 신앙 생활이 민망할 정도로 저는 기도를 더듬더듬하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신앙고백이 마음에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자기위안인지도 모르지만 제 눈에는, 하나님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그녀의 루틴한 신앙이 엄숙한 외형을 중시하는 진지한 신앙생활보다 모범답안으로 보였습니다.



 

내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벼랑 끝에 있던 나를

하나님은 밀어내셨다.

그 때서야 알았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많은 세월을 하나님과 함께 하면서 그 가운데 분명 좌절과 고통, 그에 다른 배신감을 느낀 시간들이 많이 있었을 텐데, 믿음이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깊어짐을 자랑하는 그녀가 부러웠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를 가진 그녀가 살아오면서 겪었을 인생의 상처, 전장과도 같이 참혹한 일터에서 늘 경험하는 부조리함... 많은 것들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을 법도 한데 아마 그보다 더 큰 확신을, 하나님은 그녀에게 심어주셨나 봅니다.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에게 이렇게나 큰 긍정적인 메세지를 던져줄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입니다. 그녀처럼 제 삶도, 따뜻함과 가르침,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선사해주는 순간들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사랑이었네
국내도서
저자 : 한비야
출판 : 푸른숲 200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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