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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 가정사에 끼어든 홀로코스트 작가는 전위 만화와 그래픽을 다루는 잡지 의 공동 창설자라고 합니다. 전위... 아방가르드, 척후병, 먼저 가보는 사람... 나치의 만행은 사실 닳고 닳은 소재입니다. 그러나 작가의 이 이력은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리란 기대를 갖게 합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표현 양식으로 세계사의 가장 유명한 부분을 요리해줄 지 모른다는. 초를 쳐서 미안하지만, 큰 새로움은 없습니다. 그나마 유대인을 쥐, 나치를 고양이로 표현한 건 좀 색다르지만요. 그마저도 양육강식, 대립, 핍박을 나타내는 가장 진부한 상징물이지 않겠습니까. 숨어지내야 했던 유대인의 처지와 그들을 찾아 족쳤던 나치의 광기를 대변하기에 이보다 탁월한 동물 상징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작가의 의중은 명확해 보입니다. 독자에게 그 미친 시.. 2018. 12. 10.
[파라다이스,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상상을 가장한 냉소, 그래도 재밌으니까 '진화론과 유전학에 대한 맹신', '개미 사랑' 등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는 그의 작품임을 티내는 몇 가지 단초들이 항상 존재합니다. 사실 저는 이것들이 듣기 좋은 음악 속 작은 노이즈처럼 거슬립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의 첫 만남.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추적해나가는 를 읽은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그 시기에, 돼지와 원숭이 간 교배의 결과로 인류가 시작되었다는 식의 결말을 내는 소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신선하다기보다는 불쾌한 충격이 뒤따라왔어요. 물론 내가 가진 종교의 영향이 크겠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인간을 딱 '유전자 운반책(carrier)'정도로만 보는 시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른 종들과는 구별된 인간만을 향한 신의 섭리를 믿는다는 말입니다(아, 그렇다고.. 2018. 12. 9.
[독서의역사, 알베르토 망구엘Alberto Manguel] 방대한 자료에서 나타난 '책 읽기', 그에 대한 고찰 한 번은 소크라테스가 파이드로스에게 주사위, 체커, 숫자, 문자, 기하학, 천문학 등을 발명한 이집트의 신인 토트(Thoth)를 언급하며, 그가 이집트 왕을 방문해 자신의 발명품을 이집트 국민들에게 넘겨주자고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집트 왕은 신이 줄 선물 하나하나를 놓고 저마다의 이점과 해악을 따졌는데, 마침내 토트가 문자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문자가 기억과 지혜 모두에 유익함을 줄 것이라는 토트의 설명에 이집트 왕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문자로 인해 사람들이 앞으로는 쓰여진 것에만 의존하려 들 것이고, 따라서 더 이상 기억 속에서 무엇인가를 더듬어 내려 하지 않고 눈에 드러나는 기호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이처럼 구술성의 시대에 텍스트는 보편적인 .. 2018. 12. 8.
[부활,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Sentio Ergo Sum 느낀다. 그러므로 (새로이) 존재한다 소설에서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책을 덮는 순간부터 우리의 머리는 복잡해집니다. '이 작가가 도대체 이야기하려는 게 뭐지?' '얘는 왜 이 상황에 이런 행동을?' 등등. 그러나 종종 이 책처럼 소설임에도 작가가 손수 메시지를 떠먹여주는 작품도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 주제를 포장하려 해도, 작가가 이렇게나 선명하게 주제를 던져주는데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닐 듯 싶어 본문의 몇 자를 직접 인용합니다. 글발이 안 올라 그러는 거 절대 아닙니다. 1.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온당한가? 무엇을 잣대로 범죄자를 정한단 말인가. 이들을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하지 않단 말인가? 나는 방탕하고 위선자이고 거짓말쟁이다.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 201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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