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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 엽위신] 엽사부가 소매 걷으면 게임 끝 관계가 깊지 않을 때에 사람들은 영화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대화의 소재가 고갈되어 정적이 흐를 때면 곧잘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곤 하는데, 이 경우 영화 이야기만으도 축 쳐진 분위기에 약간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이런 류의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어김 없이 나오는 질문, "최고로 치는 영화가 뭐예요?" 대개 이 질문이 던져지고 대화는 또 다시 공황상태에 빠집니다. 나의 경험상 이 질문에 즉각적으로 "예, 저는 를 최고의 영화로 꼽습니다"라고 답변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마다 주는 감동의 종류가 다르고 하나의 영화 내에서도 감명을 받은 장면이 몇 가지나 될 터인데 어떻게 그것들을 뭉떵거려서 영화의 서열을 매기겠는가 말입니다. 다만 저의 경우는 시원한 액션과 더불어 저의 간지러운 .. 2018. 12. 3.
[슬럼독 밀리어네어, 데니 보일Danny Boyle] 발리우드의 승리 영화를 꽤 많이 봤는데 관람 직후의 말랑말랑한 아이디어들은 기록되지도 못하고 증발해 버립니다. 기억력이 오래가지 못 합니다. 아니 감흥이라고 해야하나요... 처음엔 촉촉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말라 비틀어지고 종국에는 조금만 힘을 줘도 스러져버리는 귤껍데기 같은 감흥입니다. 그러다 간만에 너무나도 괜찮은 영화를 봤습니다. 감흥이 스러지기 전에 포스팅해야 한다는 일념에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벨리우드의 승리라고 포스트 제목을 쓰긴 했지만 이 영화 인도영화 아닙니다. 영국감독 대니 보일이 만든 헐리우드 무비입니다. 어쨌든 인도를 배경으로 만든데다가 상을 많이 받은 영화라고 하니까 인도에 대해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전 고1 때 인도여행을 다녀온 몸입니다). 게다가 주인공 자.. 2018. 12. 2.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다케나카 치하루] 정의로운 전쟁이 어딨어 이 세계는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와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로 이분됩니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유혈사태를 목격하곤 하는 지역은 팔레스타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체첸, 수단, 르완다, 시에라리온, 아이티 등과 같은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입니다. 저자는 묻습니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에 살고 있는 당신은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비극은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그냥 안심하고 살아가면 되는 것인가... 냉전 이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 세계전쟁을 일으킬 만한 배짱과 군사력을 갖춘 대국은 사라졌습니다. 과거 소련의 유럽 진출을 저지하기 위하여 설립한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러시아가 가입하려했단 사실은 이러한 판단에 힘을 실어줍니다. 지역적인 안전보장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동아시.. 2018. 12. 1.
[눈먼자들의도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인간성에 대한 최악의 결론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동명 소설은 이미 읽었습니다. 군시절, 책을 좋아하던 한 고참은 + 1+1 행사에 혹해 바로 책을 질렀습니다. "주제 사라마구? 일본인인가..." 이러면서. 책이 왔고, 책장을 처음 펼쳤을 때 우린 당황했습니다. 문단 구분이 안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파본인가... 와, 숨막히는 빽빽함이다"라고 했던 우리는 종국에는 책에 완전 몰입했습니다. 만약 문단 구분이 있어 책에 조금의 여백이라도 생기게 되었더라면 무척 아쉬웠을 것입니다. 읽어야 할 활자가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로 단숨에 읽어 나갔습니다. 결말을 향해 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당연히 영화도 엄청 기대하고 봤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원작소설을 뛰어넘는 영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책 읽으면서 머리 속에 그렸던 .. 2018.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