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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Poetry of Silver Screen

[슬럼독 밀리어네어, 데니 보일Danny Boyle] 발리우드의 승리

by 지표덕후 2018.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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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꽤 많이 봤는데 관람 직후의 말랑말랑한 아이디어들은 기록되지도 못하고 증발해 버립니다. 기억력이 오래가지 못 합니다. 아니 감흥이라고 해야하나요... 처음엔 촉촉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말라 비틀어지고 종국에는 조금만 힘을 줘도 스러져버리는 귤껍데기 같은 감흥입니다.


그러다 간만에 너무나도 괜찮은 영화를 봤습니다. 감흥이 스러지기 전에 포스팅해야 한다는 일념에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벨리우드의 승리라고 포스트 제목을 쓰긴 했지만 이 영화 인도영화 아닙니다. 영국감독 대니 보일이 만든 헐리우드 무비입니다.


어쨌든 인도를 배경으로 만든데다가 상을 많이 받은 영화라고 하니까 인도에 대해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전 고1 때 인도여행을 다녀온 몸입니다). 게다가 주인공 자말로 분한 데브 파텔은 내가 유일하게 본 영국 드라마 <스킨스>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바 있기에 처음 영화 예고편에서 그를 보았을 때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가 <스킨스>에 맡은 역할이... 영국으로 이주한 파키스탄 출신의 변태 무슬림이었지요, 아마.


이 영화 스토리는 단순한 권선징악의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딱히 악을 대변하는 인물은 없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착한 영화입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보고 나면 가슴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빈민가의 개가 백만장자가 된다는 뻔한 구조지만, 그 과정이 퀴즈쇼 프로그램의 형식을 취했다는 것과 정답을 맞추는 주인공의 인생사가 그 속에 적절하게 녹아들어 영화 시작부터 종반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스틸이미지



저는 영화 촬영기법 같은 건 아에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장면 장면 가미된 배경음악이 정말 적절하다는 것과 카메라의 움직임이 좋다는 것입니다. 노장 감독의 파워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최근에 본 <왓치맨> 같은 경우에는 장르 특성상 영화를 CG로 짓뭉개놨는데, 이 영화는 CG를 사용해야할 구석이 없고, 치고 박고 싸우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도 없지만 볼거리로 넘쳐납니다. 북부 인도의 풍광과 인도인들의 삶이 화면을 계속 채우는데, 인도의 어수선함과 얽힌 추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가슴이 뛸 겁니다.


그저 재밌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이제 영화는 스토리라는 말, 안 믿을 것 같아요.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왓치맨>, 볼거리 많은 <왓치맨>, 전 재미없었습니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배경음악, 카메라 워킹, 좋은 편집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상을 싹쓸이한 이 영화 완전 강추합니다.


"잊은 적 없어. 한 순간도. 언젠간 꼭 널 찾게 될거라 믿었어. 그게 우리 운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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