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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Poetry of Silver Screen

[시네마 천국, 쥬세페 토르나토레] 꼬맹이와 아저씨의 우정

by 지표덕후 2018.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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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엔리오 모리꼬네의 ost로 더욱 유명한 시네마 천국. 'First youth'와 'Love theme'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들으면 단번에 "아! 이거"라는 탄성이 튀어나올 것입니다. 아주 어릴 적 EBS에서 방영해준 시네마 천국을 본 내가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영화를 찾게 된 것도 잊을 만하면 광고나 심지어 지하철에서도 들려오는 이 ost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최근 본 한 영화에서 영화 음악 작곡가로 분한 잭 블랙은이 ost를 자신이 작곡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격노합니다. 


각설하고, 이 영화... 배경음악만 좋은 영화 절대 아닙니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가슴 조근조근하게 하는 긴장감은 없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새 한적한 이탈리아 마을의 일상에 섞여 들어가 토토의 사랑을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꼬맹이 토토와 시네마천국의 영사기사 알프레도 아저씨의 우정은 영화의 초반부터 종반까지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어머니가 심부름시킨 돈조차 극장표를 사는 데 써버리는 토토와 그런 토토를 친자식처럼 아끼기에 오히려 영사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던 알프레도.

 

영화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 스틸이미지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그게 마치 내 공인 양 으쓱해지거든."


"힘든 일이야. 언제나 혼자 있어야 하고, 똑같은 영화를 수도 없이 봐야 하고, 대화라고는 영화 배우들에게 혼잣말로 지껄이는 것 뿐이야."


"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대답해 봐."


알프레도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지만 외롭고 고된 일임을 알기에 자신의 어린 친구가 영사기 돌리는 일에 몰입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 결국, 초등학교 졸업시험에서 토토의 커닝페이퍼를 대가로 영사실 출입을 허락하고 일도 가르쳐주게 됩니다. 인간미 없고 외롭기만 한 영사실에 늘 엉덩이 붙이고 있던 그를 노상 들썩들썩거리게 해주고 웃게 해주었던 토토입니다. 그는 아마 이런 기쁨 쉽사리 포기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커닝페이퍼? 단지 알프레도 내부에서 이루어진 타협에 대한 변명거리에 다름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그러나 머리 굵어진 토토가 엘레나와 사랑에 빠지면서 영사실은 더이상 알프레도와 토토 둘만의 공간이 아니게 됩니다. 알프레도와 함께 있는 순간에도 일을 하는 순간에도 토토에게는 온통 엘레나 생각뿐이기 때문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알프레도는 이 어린 친구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단박에 눈치챕니다.


"왜 말을 끊었지? 무슨 장면이야?"


"아무 것도 아녜요. 초점이 잘 안 맞았어요."


"여자로군!"


결국 젊은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엘레나의 집안은 영상기사와의 교제를 허락할 만큼 관대하지 못했습니다. 엘레나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 토토에게는 입영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이래저래 토토는 힘듭니다...


독한 결심을 한 살바토레(토토)는 고향을 떠난다. 아들과 다름없는 살바토레가 촌구석에서 한낱 영사기사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자신이 다시금 겪게 될 외로움과 그리움보다 더 싫었던 것일까. 떠나라고,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말라고 종용한 것은 바로 알프레도였습니다.


영화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 스틸이미지


"넌 아직 젊고 앞날이 창창해!"


"너하고도 얘기하고 싶지 않아. 네 소문을 듣고 싶어."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네가 어렸을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이."


그의 애정어린 충고대로 살바토레는 성공한 영화 배급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가 고향을 다시 찾았을 때는 알프레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였습니다. 알프레도는 자신이 아프다는 소식을 살바토레에게 전하자는 부인의 말에 노발대발했다고 했습니다.



살바토레가 어릴 적, 영화에 나오는 키스신은 검열의 대상이었습니다. 알프레도가 자른 키스씬 필름들은 어린 토토에게 보물과도 같았지만 그 때의 알프레도는 토토의 쌩떼에도 한사코 주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선물로 주기 위함이었을까요. 


그저 오래된 영화의 키스신을 모아놓은 것일 뿐인데 텅빈 극장에 앉아 보는 살바토레의 눈에는 눈물이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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