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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Poetry of Silver Screen

[공주와개구리]이전과는 다른 디즈니 만화

by 지표덕후 2018.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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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비디오여행>에서 소개해줄 때는 항상 그렇듯이 재밌어 보입니다. 그러나 막상 개봉일이 되고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경우, 혹은 상영관이 없어 뚜껑조차 열어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경우 후자에 가까울텐데 디즈니 최초의 흑인 공주라는 타이틀로 어린 관객을 모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을 극장주들의 선택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한때 디즈니 만화를 보았던, 지금은 머리가 굵어진 어른들의 호기심은 결국 어둠의 경로를 통해 해소...



디즈니 콘텐츠는 갖다 쓰기가 무섭다



디즈니 만화에 숨어있는 인종에 대한 편견은 제법 뿌리가 깊습니다. 이를테면 라이온킹에 등장하는 악당 동물들은 유색 인종의 악센트를 지니고 있다던가,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의 시중을 드는 집기들의 억양, 행동 역시 유색인종을 연상시킨다는 점 등이... 지금에야 공공연한 비밀처럼 되었지만 실사 영화라면 몰라도 어린이들이 주요 타깃인 애니메이션만큼은 현실을 탈피해 순진무구한 꿈과 환상을 담아낼 줄 알았던 예전에는 이런 은유가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희안하게 역으로 흑인도 공주가 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되돌려놓은 이 영화는 별로 충격적이지 않은데, 그도 그럴 것이 현실세계에서는 이미 흑인 대통령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또 사람이 만든 것은 현실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여튼, 어린이 만화답지 않게 제법 이데올로기성을 띠고 있는 디즈니 만화는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여성상에서도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왔습니다. 괜찮은 남자만 보면 환장하는 여성들? 이전에 뭘 하고 돌아다니든 종국에는 왕자에게 간택받는 것으로 끝이 나는 한결같은 이야기 구조는 묘한 한탕주의의 인상마저 풍겼습니다. '인생 뭐 있어? 왕자만 낚으면 돼'(견강부회일 수도 있고요) 많은 여주인공들이 이러한 흑심을 품고 있었다는 가정 하에 특정 만화를 떠올려보면 그들의 행동은 묘하게 아귀가 맞아떨어집니다. 특히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드랍은 대박이지 않나요.


정작 하려던 영화 이야기는 안하고 앞선 디즈니 영화만 깐 것처럼 됐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나왔습니다. <공주와 개구리>는 기존의 디즈니 애니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 <뮬란>이후 가장 진취적인 여성상, 악의는 없지만 시종일관 푼수짓만 하는 왕자, 그런 왕자가 흑인 공주(사실, 공주도 아닌 식당 창업을 꿈꾸는 생계녀)에게 목매다는 모습은 새롭게 변한 현실을 디즈니에서 반영한 것에 다름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것저것 생각을 하고 본다면 만화라고 절대 순진무구하지는 않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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