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거 엄마 암이란다"
이 한마디에 그날 내 하늘은 무너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다음 강의를 듣기 위해 멀리 있는 강의동으로 허겁지겁 가는데 걸려온 아버지 전화.
휴대폰 진동이 묘하게 불길하더라니... 아버지랑 통화하다가 눈물이 목에 걸려 말을 할 수 없어 대강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어머니랑 통화했다. 웬만해선 동요를 안 하는 어머니는 놀랍게도 이번에도 미동도 없었다. 어머니의 그 태도 덕분에 나도 차분하게 통화할 수 있었다. 환자에게 보호자가 위로를 받다니.
동네 병원에서 국가 암 검진으로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어 이거 좀 이상하다" 이렇게 된 거였다. 조직검사를 해야 확실히 진단내릴 수 있는 상황.
어머니는 얼마 뒤 대구 경대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았다.
솔직히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셨으면 했는데, 고도의 진단 도구가 필요한 암은 아니라서 집 가까운 대학병원에 후딱 예약하셨단다.
학기 중이었지만 조직검사 날 대구 내려갔다.
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조직검사나 혈액검사나 그게 그거지 생각했는데... 수술 침대에 누워 실려오는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너무 슬펐다. 무슨 검사를 이렇게 수술처럼 하는지.
최종적으로 어머니는 대장암이 맞았다.
어머니는 신앙심이 좋고 성정 자체가 워낙 단단한 분이셔서 요동하지 않으시는데, 어렸을 때부터 여렸던 나는 확정적인 그 진단을 듣고 또 울컥했다.
곧바로 소위 대장암 명의를 찾기 시작했다. 대학원 지도 교수님께도 여쭈었고 의사 친구에게도 물어봤다.
그렇게 몇 분 교수님을 추천받았는데 최종적으로 내가 우리 어머니를 맡긴 분은 서울대학교병원의 박규주 교수님. 의사 친구가 추천했고 다행히 진료받을 수 있는 날짜도 가장 빨랐다.
영상CD며 조직검사 결과지며 바리바리 싸가지고 상경한 어머니를 서울역에서 다시 만났을 때, 암 세포와 싸우고 있는 작은 체구의 우리 어머니, 그 손에 들린 반찬을 보고 또 눈물이 터질 뻔했지만...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간신히 참아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학생 신분이고 겨울 방학 때라 어머니의 진료에 매번 동행했다.
박규주 교수님은 상냥한 스타일의 의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 사려 깊고 정이 많으신 분이라 느꼈다.
한번은 진료실에서 내가 계속 어머니 대신 대답하고 의사결정을 했더니 교수님이 장난스럽게 '이눔 자식 확!' 손짓을 하시면서 "엄마 얘기 좀 들어보자. 아들은 좀 빠져 있어라" 하셨다.
그리고 어머니 수술이 잡히고 수술 계획 및 일정에 대해 설명해 주셨던 날,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아직도 잊지 못 한다.'
"새로 상처내지 않고 여기 옛날에 수술 받았던 자국(어머니 배에 예전 수술의 자국이 있었다), 여기로 해서 흉 안 남게 이쁘게 수술할게요"
이 말씀은 암 수술 앞두고 먹먹한 가슴으로 앉아있는 보호자에게 정말로 큰 위로가 되었다.
어머니는 대장암 수술을 잘 받으셨다. 새로 생긴 수술 자국도 없이. 그리고 5년 동안 재발없이 완치된 상태로 잘 지내고 계신다. 군것질을 좋아하셨는데 다 끊으셨다. 사실 먹는 걸 좋아하시는데, 먹는 양 자체를 많이 줄였다.
어머니와 함께 진료 상담을 받을 때 나는 양해를 구하고 상담 내용을 녹음했었다. 한마디 한마디 놓치고 싶지 않은데 용어도 낯설고... 도무지 그 자리에서는 다 기억하지 못 하겠어서.
그런데 며칠 전 루닛케어라는 앱에서 흥미로운 기능을 출시했다. ("루닛케어" 앱이 있지만 웹에서도 동일하게 기능을 쓸 수 있는 듯하다)
진료 상담 녹음 파일을 업로드하면 텍스트로 변환해 주고, AI가 요약해 주며, 도움될 만한 정보도 추천해 준다는 것이었다.
오... 한번 해보자.
⬆️ 녹음 파일 업로드를 눌렀다.
⬇️ 음성 파일만 모아보기 위해 "사운드 선택기"로.
⬆️ 이렇게 저장을 해놨더니 듣기 전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겄다. 아무거나 하나 업로드.
⬆️ 업로드는 금방 되고, 텍스트 변환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텍스트 변환 중에는 페이지를 빠져나가도 상관 없다.
⬇️ 다른 콘텐츠 구경하다 보니 알림이 왔다. 1분이 안 걸렸다.
⬆️ 저 노트 제목은 내가 작성한 게 아니다. 진료 내용 참고해서 AI가 제목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거 같다.
이제 보니 내가 올린 파일은 수술 안내받을 때 녹음한 거였나보다.
제목 자동 생성 외에도 요긴한 기능에 몇 개 더 있는데 정리하면,
1. 텍스트 변환
⬆️ 전반적으로 잘 받아쓰기된 것 같다. 이상하게 된 부분은 직접 수정할 수도 있다.
2. 어려운 용어 뜻풀이
⬆️ 어떤 단어들은 마킹이 돼있어 눌러봤더니 뜻풀이가 툴팁 형태로 제공되었다. 진료실에서 어려웠던 용어들 많았는데 따로 검색 안 해도 되겠다.
3. AI 요약
사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 시간순으로 요약하는 게 아니라 관련된 주제끼리 요약해 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직장에서 회의록 작성할 때 내가 이런 식으로 작성하는데 그래서 더 좋게 보인다.
⬇️ 마지막엔 전체 요약까지.
4. 관련 정보 추천
⬆️ 원본의 내용이 일반적인 수술 안내이다 보니("대장암"이라는 언급이 한번밖에 없음) 추천 정보도 대장암에 국한하지 않고 "수술" 관련 콘텐츠를 제시하고 있다.
알잘딱깔센 대장암에 대한 콘텐츠로만 채워줬으면 좋았겠지만 모두 참고할 가치가 있는 글이긴 했다.
쓰다보니까 이 기능은 암 진료 상담이 아니더라도 병원 진료 녹음 파일만 있으면 다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의학용어야 정해진 풀 안에 쓰는 걸 테고 일단 AI 요약이 훌륭한 것 같으니 말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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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그 때 회사를 안 다니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어머니 진료에 매번 동행할 수 있었고 내가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두려운 시간이었지만 어머니와 손 잡고 혜화동 서울대병원 오르락내리락했던 그 시간이 나한테는 정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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