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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31

[파라다이스,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상상을 가장한 냉소, 그래도 재밌으니까 '진화론과 유전학에 대한 맹신', '개미 사랑' 등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는 그의 작품임을 티내는 몇 가지 단초들이 항상 존재합니다. 사실 저는 이것들이 듣기 좋은 음악 속 작은 노이즈처럼 거슬립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의 첫 만남. 인류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를 추적해나가는 를 읽은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그 시기에, 돼지와 원숭이 간 교배의 결과로 인류가 시작되었다는 식의 결말을 내는 소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신선하다기보다는 불쾌한 충격이 뒤따라왔어요. 물론 내가 가진 종교의 영향이 크겠지만, 저는 그런 식으로 인간을 딱 '유전자 운반책(carrier)'정도로만 보는 시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른 종들과는 구별된 인간만을 향한 신의 섭리를 믿는다는 말입니다(아, 그렇다고.. 2018. 12. 9.
[독서의역사, 알베르토 망구엘Alberto Manguel] 방대한 자료에서 나타난 '책 읽기', 그에 대한 고찰 한 번은 소크라테스가 파이드로스에게 주사위, 체커, 숫자, 문자, 기하학, 천문학 등을 발명한 이집트의 신인 토트(Thoth)를 언급하며, 그가 이집트 왕을 방문해 자신의 발명품을 이집트 국민들에게 넘겨주자고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집트 왕은 신이 줄 선물 하나하나를 놓고 저마다의 이점과 해악을 따졌는데, 마침내 토트가 문자의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문자가 기억과 지혜 모두에 유익함을 줄 것이라는 토트의 설명에 이집트 왕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문자로 인해 사람들이 앞으로는 쓰여진 것에만 의존하려 들 것이고, 따라서 더 이상 기억 속에서 무엇인가를 더듬어 내려 하지 않고 눈에 드러나는 기호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이처럼 구술성의 시대에 텍스트는 보편적인 .. 2018. 12. 8.
[부활,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Sentio Ergo Sum 느낀다. 그러므로 (새로이) 존재한다 소설에서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책을 덮는 순간부터 우리의 머리는 복잡해집니다. '이 작가가 도대체 이야기하려는 게 뭐지?' '얘는 왜 이 상황에 이런 행동을?' 등등. 그러나 종종 이 책처럼 소설임에도 작가가 손수 메시지를 떠먹여주는 작품도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 주제를 포장하려 해도, 작가가 이렇게나 선명하게 주제를 던져주는데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닐 듯 싶어 본문의 몇 자를 직접 인용합니다. 글발이 안 올라 그러는 거 절대 아닙니다. 1.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온당한가? 무엇을 잣대로 범죄자를 정한단 말인가. 이들을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하지 않단 말인가? 나는 방탕하고 위선자이고 거짓말쟁이다.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 2018. 12. 7.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모든 사람들이 "굿-뉴스"를 접하는 그 날을 위해 뉴스를 보다 보면, 이 세상은 얼간이들이 굴려가는 것 같고, 마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닥칠 불행을 순서대로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게이트키퍼로서 작금의 언론들이 기사를 선택하고 설명하는 방식 때문이겠지요. 그 방식이 한국이나 밖이나 비슷한가 봅니다. 이 책 의 저자도 대부분의 지면을 저널리즘이 뉴스를 선택하는 작태와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채우고 있으니까요. 언론은 우리에게 매일 전하는 것들이, 몇 달 혹은 심지어 몇 년에 걸쳐 다듬어진 안목을 통해서만 그 진짜 형태와 논리 구조를 대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야기의 극히 일부만 뽑아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길 꺼린다. 뉴스는 스스로를 현실을 그려내는 권위 있는 초상화가라고 제시할지도 모른다. (중략) 현실을 있는 그대로.. 2018.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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