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듬뿍제주국
- 영업시간 : 10시~20시30분(브레이크 타임 : 15시~17시30분)
- 일요일 정기휴무
"제주국"이라니, 제주도의 향토음식일 수 밖에 없는 상호다. 우중충하면서도 축축하고 쌀쌀한 이 날의 날씨는 이런 국묵 음식 먹으러 가기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식당이 있는 곳은 제주시에서도 한산한 동네였다.
점심 식사치고는 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섰는데 한 테이블 빼고는 모두 식사 중이었다.
척 보기에도 이 동네분들! 로컬 스멜 물씬난다. 알아듣지도 못 하는 제주 방언도 두런두런 들린다.
오늘 다져놓은 마늘과 신선한 청양고추가 각 테이블마다 푸짐하게 놓여져 있다.
메뉴는,
갈치국 13,000원
각재기국 10,000원
장대국 10,000원
멜국 10,000원
몸국 10,000원
이외에 멜튀김과 멜회무침이 있다.
우리는 그 이름도 생소한 각재기국과 장대국을 주문했다. 서울에서 자주 먹지 못하는 메뉴니까.
별거 없어 보이는 반찬인데, 막상 먹어보면 젓가락이 계속 간다.
특히 물엿(? 정확하지 않다)에 졸인 저 멸치는 뼈까지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는 st.라 내가 좋아할 음식이 절대 아닌데 리필까지 해서 먹었다. 가시도 부드럽게 씹히고 무엇보다 맛있더라.
저 알배추도 맛있고.
이게 각재기국이다.
우리 같은 서울 촌뜨기들이나 처음 듣지, 제주도에서는 널리 알려진 국물 음식이다.
각재기는 전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생선의 제주 방언이다. 이상하게 "전갱이"라는 이름은 쨉실하고 비리비리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막상 영접하니 두툼하고 터프한 살코기를 가진 생선이었다.
위에 사진처럼 지방을 드러낸 생선이 통째로 들어가 있으니 비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비린내가 없이 구수하기만 했다.
정성듬뿍제주국의 각재기국은 각재기를 얼갈이 배추와 함께 푹 끓여낸 스타일이었다. 덕분에 국물에 배추향이 묻어난다.
간마늘과 청양고추를 넣어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는데 내주신 그대로로도 충분히 맛있어서 한참을 그냥 먹다가 청양고추만 조금 넣었다.
바로 해장각이었다. 왜 테이블마다 한라산이 놓여 있는지 알겠더라.
이건 장대국이다.
장대는 쏨뱅이과에 속하는 생선이다. "각재기는 전갱이의 방언이야"라고 했을 땐, "아, 전갱이!"라는 반응이었는데, "장대는 쏨뱅이야"라고 했을 땐, "쏨뱅이가 뭥의"했다.
비주얼은 각재기국보다 더 거북했다. 왜냐하면 껍질이 더 보존된 상태였고, 지느러미까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산 무가 담긴 단순한 맑은 국물에 붉은빛 비늘의 생선이 푹 담긴 강렬한 비주얼이라니.
그러나 국물 한술 뜨고, 또 생선살 큼직하게 발라 먹고서는 눈이 번쩍 띄였다.
국물이 정말로 시원하면서 깔끔했다. 생선살은 무척 연하고 부드러웠다.
아쉽게도 가시가 좀 있어서 가시 발라낸다고 먹흐름이 끊기는 건 단점이었다. 나는 음식 먹을 때 손을 쓰는 걸 아주 싫어하는데 장대국은 손을 써야 했다. 가시를 섬세하게 발라내려면.
각재기국처럼 처음에는 아무런 양념도 첨가하지 않고 먹다가 말미에 다진 마늘을 넣었다.
장대국은 제주도에서도 거의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으니 정성듬뿍제주국에 가면 꼭 주문해야 한다.
두툼하고 고소한 전갱이(각재기) 살코기
이 날이 제주도 들어온 첫날이었고, 정성듬뿍제주국에서 먹은 각재기국과 장대국이 우리의 제주 첫 끼니였다.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메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을 텐데, 예상치 않게 맛도 너무 좋아서 흐뭇한 한끼였다.
이때의 기분 좋은 예감대로, 우리가 여행 중 들른 식당들은 모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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