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역에서 식사를 한 적은 많지만,
로바다야끼(로바타야끼)는 처음이네요.
영업한 지 1년 조금 넘었다고 하는, 압구정 '로바타탄요'에 다녀왔습니다.
압구정역으로부터 5분 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있습니다.
한성일 셰프가 런칭한 브랜드라고 하는데,
먼저 런칭한 개인 화로 고기집 '우시야'와 컨셉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로바타 혹은 로바다야끼에서
'로바다'는 화롯가를 의미하고 '야끼'는 구워먹는 조리법을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화로에다 이것저것 구워 먹는 식당이 로바다야끼입니다.
메뉴입니다.
다양한 재료를 구워먹을 수 있는데
함께 온 친구는 한사코 명란아보카도를 먹어야겠다고 합니다.
그거 주문하고,
본격적인 식사는 토종닭 구이코스로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로바다야끼인 만큼
다양한 사케 라인업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와인도 있고요.
재료와 어울리는 사케나 와인 추천받아 드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옷에 고기 냄새가 많이 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겨울이라 문을 닫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환기가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훌륭한 환기도 고깃집의 특장점이 될 수 있지요.
주방을 중심으로 'ㄷ'자로 닫지가 배치된 구조입니다.
각자 자리에 개인화로가 배치되어 있고
스텝분이 시시때때로 다가와 재료를 구워줍니다.
그만큼 내 자리 담당이 숙련된 스텝이면 좋겠지요.
오토오시로 짭짤한 소스가 뿌려진 양배추와
날치알이 버무려진 해초를 내주셨습니다.
양배추는 언제 어느 때고 눈에 보이면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해초는 아니고요.
맥주를 주문했더니 이렇게 구리 도금한 스테인리스 잔에 내주십니다.
맥주는 '맛'과 '목넘김'과 '비주얼'의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하는 음식인데
그 중 하나를 앗아갔습니다.
그러나 화로가 가까이 있으니
보냉이라는 실용적 측면에서 판단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토종닭 코스의 첫 번째는
닭가슴물렁뼈로 시작합니다.
물렁뼈의 식감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잘 구워주셔서 먹을 만했습니다.
오히려 함께 올려 구워주신 에다마메(풋콩)를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배가되더군요.
다음으로 화로 위에 올라온 선수가
닭가슴살입니다.
제가 가장 애정하는 부위입니다.
겉을 살짝 구은 후에
다시 조각내서 속까지 익힙니다.
소스가 함께 제공되긴 하지만
닭가슴살 자체에 이미 간이 되어 있어서
찍어 먹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큰 감동은 없는 식감입니다.
앞서 보고 간 평들이 너무 극찬 일색이라
제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닭날개와 명란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잘 구워진 날개는 먹기 편하게
발골을 해서 담아줍니다.
구워진 명란은
아보카드 및 마요네즈와 함께 세팅됩니다.
맛에 대한 의심이 1도 들지 않습니다.
김과 짭쪼롬한 명란,
약간의 느끼함을 더해주는 아보카도와 마요네즈 조합이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나요.
집에서도 충분히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이니,
가족과도 집에서 한 번 먹어봐야겠습니다.
다음은 닭안심살이었습니다.
신선한 재료라 미듐레어로 구웠습니다.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습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식당이 아니면
이렇게 닭을 덜 익혀 먹을 기회가 없을 테니
가신 김에 꼭 한 번 드셔보시길 권하지만,
정 찝찝하신 분들은 스텝들에게 바싹 익혀달라고 요구하시면 됩니다.
닭다리살과 함께 내어준 소스는
많이 달거나 맵지 않고 맛있었습니다.
닭껍질의 기름진 맛을 딱 잡아줄 정도로만 강도 조절을 잘 했더라고요.
닭염통과 닭모래주머니는 제가 즐겨먹는 부위는 아니지만,
이 특유의 식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고기만으로 달려왔는데,
이 타이밍에 입을 상쾌하게 해줄
채소라도 몇 개 주문해서 구웠다면 마무리가 더 만족스러웠을 겁니다.
대화삼매경에 빠져 타이밍을 잃었네요.
로바타탄요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대한민국 인문계 고등학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국영수사과 다양한 과목을 배우지만 교수법이나 공부법은 한결 같은...
여기도 구워주는 부위는 계속 달라지지만
부위별 색다른 즐거움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촉촉하고 부드러움...
이거로만 우리 입에 소구하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이 날 제 테이블을 담당하셨던
스텝분의 굽기 스킬이 미숙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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