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회를 그다지 즐기지 않습니다.
날것이 풍기는 비릿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세꼬시는 거들떠도 안 봅니다.
그런 이유로 숙성회(선어회)는 선호합니다.
(제 경험에 미루어볼 때) 숙성회는 세꼬시가 거의 없고
날것이 풍기는 특유의 비릿함도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서울 대치동에 선어회로 유명한 곳이 있어
친구들과의 송년모임 차 방문했습니다.
이름은 '물고기하우스'로 엄청 촌스러운데
삼성역 인근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나 변호사, 회계사들이 많이 찾는 나름 유명한 맛집입니다.
(그리고 스텝들이 "이랏사이마세"라고 맞아줍니다)
영업이 종료된 23시에 찍은 풍경이라 이렇지
제가 식당 들어섰을 때만 해도 만석이었습니다.
저희는 물고기코스(42천 원/1인)를 주문했습니다.
선어회랑 어울림이 좋은 화이트와인을 두 병 가지고 갔는데
코르크 차지가 이만 원이나 하데요.
뭐, 무한리필 집 가서 술도 많이 못 팔아줄 거면
코르크 차지라도 비싸게 내는 게 인지상정이기 하지만
칠링을 해주는 것도, 와인에 따라 잔을 바꿔주는 것도 아닌데
이만 원은 살짝 비싸다는 느낌이 있네요.
코스의 시작은 일단 석화입니다.
제철 석화에게서 기대하는 신선함을 온전히 제공합니다.
죽, 미소시루, 석화, 마늘구이 등등 몇 가지 스끼다시로 식욕을 돋아주다 보면
광어, 우럭, 도미, 방어, 연어 등등 제가 좋아하는 어종들로 구성된
선어회가 이렇게 등판합니다.
처음에는 담백한 등부위 위주로 내오시고,
이후에는 기름진 부위를 내주신다고 하네요.
첫 접시는 이렇게 순삭입니다.
일전에 방문했을 때는 스텝분들이 돌아다니시면 선제적으로 리필해주셨는데,
오늘은 바쁘셔서 그런지 그런 잽싼 손맛이 덜하네요.
그러나 요청하면 전혀 귀찮아하시는 기색 없이 기꺼이 오셔서 리필해주십니다.
(잘 보면 스텝분들 복장이 흰 옷 vs. 검은 옷으로 나뉘는데,
회 리필은 반드시 흰옷 입은 분들이 와서 해주세요)
이번 접시에는 엔가와도 있네요.
다른 회가 그냥 커피라면 엔가와는 T.O.P.입니다.
물고기하우스는 좋은 점이,
제가 좋아하는 고추냉이를 두 가지 종류로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간장에 풀어먹는 용도와 그대로 회에 올려 먹는 용도.
가져온 화이트와인을 다 먹고선
핫카이산 토쿠베츠준마이(60천 원)를 주문했습니다.
사케 라인업이 지난 번이랑 달라진 걸 보니 일정한 주기로 업데이트가 되나 봅니다.
핫카이산 양조장에서 주조된 토쿠베츠준마이는
살짝 달짝지근하고 살짝 구수해서 어떤 음식이랑 먹어도
어울림이 훌륭할 것 같은 사케였습니다.
각자 가지고 온 선물로 사다리도 타고 맛있게 먹고 마시는 사이...
감자고로케도 나오고,
타마고 스시, 롤, 가리비찜,
(사진에는 없지만) 푸짐한 유부우동,
그리고 도미머리 구이가 스끼다시로 나왔습니다.
자진모리 장단으로 밀어닥치는 산해진미들에
나름 큰 용량의 준마이병이 빠르게 비어갑니다.
그래서 한 병 더(아니 한 팩 더),
준마이긴조 팩을 주문했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 같은 준마이라 그런지 혹은 저희 혀가 지쳐 그런지
방금 시킨 토쿠베츠쥰마이와 큰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똑같이 맛있었습니다).
마지막 접시입니다.
마지막 리필 요청했던 게 10시 50분인가 그랬을 겁니다.
간만에 만났더니 할 말들이 많아서 회를 양껏 못 먹었습니다.
혼자 말한 것도 아닌데 남들 말할 때 회 집어먹으면 될 것을,
나름 경청의 자세를 보여준다고 열심히 고개 끄덕이며 들어준 게 패착입니다.
그래서 신년모임도 여기서 하려고요.
선어회를 좋아한다면, 여기 물고기하우스는 몇 번이라도 방문할 만한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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