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리피자의 도우와 시카고피자의 푸짐한 토핑, 피자 네버 슬립스Pizza Never Sleeps

친한 형들과의 송년회를 위해 간만에 가로수길을 찾았습니다.

미국 유학파에 카투사 출신, 외국계 회사 다니는 와이프를 둔 사람...

서양 친화적인 멤버들이라 왠지 모르게 송년회 메뉴도 피자로 잡게 됐습니다.

참고로 지난 어느 해의 송년회 때에는

부쳐스컷 룸 잡아서 스테이크 썰면서 발렌타인 30년산을 먹었습니다.

오늘 갈 곳은

합정에서 유명한 '피자 네버 슬립스'의 가로수길 지점입니다.

간판은 작아도 조명이 강렬합니다.

연립주택을 개조한 것 같은 낣은 상가건물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는 미리 예약을 해둬서 프리패스였지만,

붐비는 어느 주말, 예약 없이 오면 꼼짝없이 여기 앉아 기다려야겠지요.

피자집 같지 않은 실내 풍경에 흠칫 놀랐습니다.

제가 제일 늦었네요.

형들은 이미 맥주 한 잔씩 비웠습니다.

한 형은 마크 주커버그처럼 입고 와서는 암호화폐 이야기를 계속 합니다.

다른 형은 벤처캐피탈 얘기를 늘어놓고요.

누가 들으면 대한민국 돈이 다 여기 있는 줄 알겠습니다.

아는 것 많은 형들이라 만나면 늘 환기가 되고 자극이 됩니다.

오늘은 일요일 밤이라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저희도 모임 날짜를 잡으면서 monday-1인 일요일, 게다가 밤에 보는 게

그다지 내키지 않았습니다.

연말 송년 시즌에 모두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일정 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일요일 밤엔 기본적으로 직장인을 지배하는 약간의 침울이 있습니다.

그러니 피자가 웬만큼 맛있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늦게 온 저는 클라우드 생맥을 시켰습니다.

이 집은 코젤 생맥으로 유명한데, 이 날은 다 떨어졌답니다. 

일요일 낮에 사람들이 왕창 마시고 간 게 틀림 없습니다.

형들은 레드락 생맥을 먹었다는데 맥주 위에 크리미한 거품이 아니라

진짜 크림이 올라가 있어서 놀랐답니다.

저기 메뉴의 '생크림 레드락 생맥주'에서 '생크림'은 은유가 아닌 겁니다!

피자 메뉴 중에서는 '네버 슬립스'가 또 안 된답니다.

아까 맥주도 그렇고 메뉴명 옆에 '베스트' '뉴' '스페셜' 뭐, 딱지 붙은 것들은 죄다 안 되네요.

소세지 컴페티션과 하프앤 하프로 더블 페퍼로니+치즈를 주문했습니다.

모두 라지로 주문했습니다.

형이 시킨 생크림 레드락 생맥과 제가 시킨 클라우드 생맥

클라우드 생맥은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역시 생맥주는 장사 잘 되는 집에서 먹어야 실패할 확률이 적은 것 같습니다.

소세지컴페티션 라지.

제 살을 못 이겨서 터지고 뒤틀린 소세지는(쓰고 보니 표현 참...)

무척이나 먹음직스럽습니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맛도 합격입니다.

촌스럽게 표현하자면, 정말 "끝내줍니다."

도우는 이태리식처럼 얇고 쫄깃쫄깃한데

토핑은 미국처럼 묵직하고 짭짤합니다.

그 균형이 정말 좋습니다.

치즈+더블페퍼로니 하프앤 하프

일단 시각적으로 너무 즐겁지 않습니까.

이 피자가 나왔을 때,

이깟 피자가 뭐라고 이 고학력자들이 낮게 탄성을 내뱉기까지 했습니다.

보여지는 것만큼, 맛도 훌륭했습니다.

그래서

똑같이 더블페퍼로니로 레뷸러 한 판 더 시켰습니다.

이것조차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는 사실.

이 집은 이태리식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과

미국식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 둘 다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웬만한 화덕피자 전문점보다도 도우가 맛있고

웬만한 시카고피자 전문점보다도 토핑 퀄리티가 좋습니다.

한 번 믿어보세요. 저도 피자라면 먹을 만큼 먹어본 사람이거든요.

남자 여섯 명이서 라지 두 판, 레귤러 한 판 시켜 아주 배불리 먹었습니다.

저희가 다 먹고나서 또 쿠키를 먹긴 했지만,

결코 피자 양이 적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짠 거 먹었으니까 단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