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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Shoulders of Giants

[쥐,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 가정사에 끼어든 홀로코스트

by 지표덕후 201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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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전위 만화와 그래픽을 다루는 잡지 <Raw>의 공동 창설자라고 합니다. 전위... 아방가르드, 척후병, 먼저 가보는 사람... 


나치의 만행은 사실 닳고 닳은 소재입니다. 그러나 작가의 이 이력은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리란 기대를 갖게 합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표현 양식으로 세계사의 가장 유명한 부분을 요리해줄 지 모른다는.


초를 쳐서 미안하지만, 큰 새로움은 없습니다. 그나마 유대인을 쥐, 나치를 고양이로 표현한 건 좀 색다르지만요. 그마저도 양육강식, 대립, 핍박을 나타내는 가장 진부한 상징물이지 않겠습니까. 숨어지내야 했던 유대인의 처지와 그들을 찾아 족쳤던 나치의 광기를 대변하기에 이보다 탁월한 동물 상징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작가의 의중은 명확해 보입니다. 독자에게 그 미친 시기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심정적으로 공감하게 하는 것. 그래서 묘사가 지극히 담백하고 사실적입니다.


더불어 거대한 역사적 사실에 매몰되어 독자가 말그대로 '읽는 사람'으로 남지 않도록, 작가는 자신의 아버지 - 그 시대의 생존자 - 의 입을 빌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이 이야기는 군사작전도, 정치적 개입도, 거대한 담론도 없습니다. 생이별한 아내와 해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는 한 유대인 가장의 피 맺힌 기억입니다. 절대 고상할 수 없는 이 기억을 아버지는 아들(작가)에게 가감없이 전합니다. 배신, 굴종, 처세 등 생존에 필요했던 모든 굴욕이 고스란히 묘사됩니다.


 

<쥐> 본문 중



웃긴 건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현재 시점 -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어진다 - 입니다. 액자틀에 해당하는 이 부분도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은 것이, 아들을 잠시라도 더 곁에 두려는 아버지를 아들은 진절머리나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하러는 잘도 간다) 물론 아버지의 극성스러운 몇몇 행동들을 보면 아들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긴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겪은 고난을 그렇게 상세하게 들으면서도 아들은 심정적으로 아무런 연민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듯합니다. 공분(公憤)하는 부분조차 없달까요. 이 생존자의 이야기가 마무리된 후 작가는 더 볼 것 없다는 듯 그(아버지)의 무덤을 그려넣습니다.  


세계 평화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아버지 세대를 심하게 혐오했던 독일 전후 세대... 반대로, 유대인 전후 세대는 당하기만 했던 아버지들의 나약함을 한심하게 생각한 건 아닐까요. 




쥐 1~2 패키지 (전2권)
국내도서
저자 :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 / 권희섭,권희종역
출판 : 아름드리미디어 200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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