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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Shoulders of Giants

[부활,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Sentio Ergo Sum 느낀다. 그러므로 (새로이) 존재한다

by 지표덕후 201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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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책을 덮는 순간부터 우리의 머리는 복잡해집니다. '이 작가가 도대체 이야기하려는 게 뭐지?' '얘는 왜 이 상황에 이런 행동을?' 등등. 그러나 종종 이 책처럼 소설임에도 작가가 손수 메시지를 떠먹여주는 작품도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 주제를 포장하려 해도, 작가가 이렇게나 선명하게 주제를 던져주는데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닐 듯 싶어 본문의 몇 자를 직접 인용합니다. 글발이 안 올라 그러는 거 절대 아닙니다.


 

톨스토이아 그의 아내 소냐 (출처: 중앙시사매거진)



1.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온당한가? 무엇을 잣대로 범죄자를 정한단 말인가.


이들을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위험하지 않단 말인가? 나는 방탕하고 위선자이고 거짓말쟁이다.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서도 비웃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고 있지 않은가? ... 이 젊은이는 문제시 될 만한 흉악범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가 지금 그런 인간이 되어버린 것은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젊은이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이런 불행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매개체인 나쁜 환경을 없애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2. 변화를 결정한 인간의 마음 속에 틀림없이 찾아오는 유혹의 목소리


어젯밤 그의 곁에서 줄곧 속삭이던 유혹자가 다시 그의 마음 속에서 입을 열어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그를 끌어내어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렇게 해봐야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문제 쪽으로 그를 잡아당기려 했다.


 


3. 매춘부인 카튜샤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


인간이란 무슨 행동을 하기 위해선 자신의 행위가 중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여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극히 중요하고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갖게 마련이다.


 


4. 한결같다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지에 대하여


물은 어느 강에서든 흐른다는 데는 변함이 없으나 강 하나만 생각해 보더라도 어느 지점은 좁고 물살이 빠른 반면, 넓고 물살이 느린 곳도 있다. 또 여기서는 맑기도 저기서는 탁하기도 하고, 차기도 따스하기도 하다.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다. 누구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성격의 온갖 요소를 조금씩은 가지고 있어 어느 경우 그중의 하나가 돌출하면 똑같은 한 사람이라고 해도 평소의 그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다.


 


5. 권력을 가진 위치에 선 모든 이들에게.


인간 속에 잠재해 있는 야수성은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드러날 때 인간은 높은 정신적 차원으로 이를 멀리함으로써 올바른 자세를 가질 수가 있다. 그러나 겉껍질뿐인 미와 시적인 감정으로 둘러싸인 야수성이 타인의 존경을 바라게 될 때 인간은 야수성 속에 빠져 선과 악을 명백히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6. 아멘.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 난 울었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한평생 모르고 지냈을지도 모른는 일들을 이렇게 알게 해주신 것에 하느님께 감사해야 해."


 


7.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항상 느끼는 제도의 불완전성에 대하여


이런 모든 제도는 마치 다른 환경에서는 찾을 수 없는 철저한 타락과 악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 철저한 타락과 악덕을 민중들에게 옮겨 널리 퍼지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만든 것과도 같았다. '실로 많은 인간을 타락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라는 문제를 출제해놓은 것 같지 않은가?' ... 해마다 수십만의 인간이 타락할 수 있는 한계선까지 도달해 완전히 타락해 버리면 그동안 완성한 타락을 온 민중에게 만연시키기 위해 석방되는 것이다.

...

'너희는 지난 수세기 동안 죄인이라고 판결된 사람들을 수천 수만 처벌했으나 과연 죄인이 사라졌던가? 오히려 처벌에 의해 더욱 타락한 죄인과 남을 재판하고 처벌하는 판사, 검사, 예심판사, 교도관 등과 같은 죄인들로 하여 더욱 늘어가고 있다.' ... 그럼에도 사회에 질서가 유지되는 것은 ... 이러한 타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로에게 연민과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들 때문임을 네흘류도프는 알게 되었다.


 


네흘류도프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민중, 러시아 농민들의 세계와 정신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합니다. 몰랐던 세계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그의 영혼은 기쁨과 희망으로 채워지고 이기적인 자아는 구원받습니다. 도덕적으로 갱생하기 위해 네흘류도프는 카튜샤에게 저지른 자신의 죄를 보상하려 할 뿐만 아니라, 토지 사유 문제를 급진적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 러시아 농민들의 현실에 대한 그의 진지한 사고와 도덕적 갱생 과정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연인에게 버림받고 그 자신마저 스스로를 버렸던 카튜샤는 억울한 옥살이 중에 비로소 스스로를 추스립니다. 진정 투신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업을 발견하고,그녀의 자아는 전에 없던 생기를 찾게 됩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죽어있던 전생을 끝내고 이렇게 부활합니다.




부활
국내도서
저자 : 톨스토이(Смерть Ивана Ильича(Lev Nikolaevich Tolstoi)) / 최경준역
출판 : 홍신문화사 199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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