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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Shoulders of Giants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사랑에 대해 뭘 안다고...

by 지표덕후 201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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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는 척합니다. 현학적이고, 머리에 쏙쏙 안 들어옵니다...


욕하면서도 알랭 드 보통 책에 자꾸 손이 가는 건, 이 책 본문에도 나와있듯이 사람을 괴롭히는 글은 명료하게 술술 읽히는 글보다 왠지 그럴듯하고 더 심오하고 더 참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을 완전히 이해했는가에 상관없이 완독하고났을 때의 지적 쾌감도 그런 글이 그렇지 않은 글보다 더 깊기도 하고요.


인간관계에서도 이 사실이 유효해서, 마음이 열려 있고 명쾌하고 예측 가능하고 시간을 잘 지키는 애인보다는 힘들게 하는 애인이 더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합니다(제 얘기가 아니라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요). 애인의 침묵을 그 남자가 지루한 사람이라는 표시로 보지 않고, 심오하고 흥미로운 존재라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여자의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옵니다. 말없는 애인의 침묵이 자신의 지루함을 꼬집는 신호라 인식하는 여자의 자기학대는 헤겔을 천재라고 믿으며 평생을 바쳐 헤겔의 책을 읽는 학자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어느 매정한 비평가는 헤겔이라는 독일 철학자가 결국은 극히 평범한 사상가이며, 두세 가지 발상은 그럴듯하지만 표현력이 지독하게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말했건만 말이지요.


영화 <500일의 썸머> 스틸이미지


따라서 책의 내용 중 단 한 꼭지도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해서 낙담하지 않으렵니다. 사랑하는 이의 심중을 헤아리기 위해 그 사람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그것을 곡해해 가끔 다투게 되는 것도, 터놓고 대화하며 푸는 것도 다 사랑의 과정 아니겠습니까. 해답지는 필요없습니다.


머리에 다 집어넣지 못했다고 이러는 거 절대 아니에요.




우리는 사랑일까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공경희역
출판 : 은행나무 200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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