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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FILM/Shoulders of Giants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새장에 갇힌 자유로운 새

by 지표덕후 2018.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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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사랑하는 화가, 가장 많이 모방된 미술 작품의 제작자, 불운했던 짦은 생애, 도전적이고 강렬한 색채 사용이 돋보이는 화가, 척 보면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으나, 정작 그 화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이 책은 그가 쓴 편지를 모아놓은 책입니다. 사랑하는 동생에게 쓴 편지만큼 자신을 내밀하게 노출시키는 글이 있을까요. 고흐에 대한 상식의 저변을 확 넓혀준 책.


37년 생애 동안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늘 고독했던 고흐는 그의 후원자이자 동반자였던 네 살 터울의 동생 테오와 1872년 8월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편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무려 668통의 편지를 동생에게 보냈다니 형제의 우애가 어느정도 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말 고흐는 동생에게만큼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공개하고 공유했습니다.


다른 새들은 둥지를 틀고, 알을 까고, 새끼를 키운다. 그러고는 자기 머리를 새장 창살에 찧어댄다. 그래도 새장 문은 열리지 않고, 새는 고통으로 미쳐간다. "저런 쓸모 없는 놈 같으니라고." 지나가는 다른 새가 말한다. 얼마나 게으르냐고. 그러나 갇힌 새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잘하고 있고 햇빛을 받을 때면 꽤 즐거워 보인다.


... 나는 갇혀 있다! 내가 이렇게 갇혀 있는데 당신들은 나에게 부족한 것이 없다고 한다. 바보 같은 사람들! 필요한 건 이곳에 다 있다! 그러나 내가 다른 새처럼 살 수 있는 자유가 없지 않나!


편견, 오해, 무지의 감옥에 갇혀 있었던 고흐는 그 감옥 문을 열어줄 깊고 참된 사랑을 갈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도 말했듯이 사랑하고 있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상태에 너무 오래 있었으며 이런 상황이 그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원체 약했던 육신을 수시로 두들기던 병마도 그를 견디지 못 하게 했습니다.


예술은 질투가 심하다. 가벼운 병 따위에 밀려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예술의 비위를 맙추겠다. 조만간에 좀 더 흡족할 만한 그림을 받아보게 될 것이다. ...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


사람, 고흐가 가장 존경하는 화가는 밀레였습니다. 농민을 그렸고 그 스스로도 농민의 삶을 살았던 밀레. 고흐 역시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그렸고 그들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사람들을 감동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음식을 사는 데 썼어야 할 돈, 마지막 남은 얼마 안 되는 푼돈으로 샀을지도 모르는 복권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는 그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의 고통과 쓸쓸한 노력을 생각해 보렴.


그림에 관해서 만큼은, 그는 자존심 굽힐 줄 모르고 욕심도 많은 화가였습니다. 하루종일 나가 야외의 풍경을 다양한 색감으로 구현했으며 한 분야에 몰두하면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철벽을 뚫는 것과 같다. 아무리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 그 벽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인내심을 갖고 삽질을 해서 그 벽 밑을 파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럴 때 규칙이 없다면, 그런 힘든 일을 어떻게 흔들림 없이 계속해 나갈 수 있겠니.


자신이 갈구하는 경지에 먼저 이른 선배 화가들에게 악의없는 질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그리는 법을 알아내고 싶다. 마네는 그렇게 하는 데 성공했다. 쿠르베도 그랬고. 아, 망할 자식들! 나도 그들과 같은 야망이 있다.


고흐는 의욕적으로 일했습니다.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쉽게 패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그인데... 그렇게 가버린 것은 초반에 그 열정을 소진해버렸던 탓일까요.


사람을 바보처럼 노려보는 텅 빈 캔버스를 마주할 때면, 그 위에 무엇이든 그려야 한다. 너는 텅 빈 캔버스가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모를 것이다. 비어 있는 캔버스의 응시, 그것은 화가에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 많은 화가들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면 두려움을 느낀다. 반면에 텅 빈 캔버스는 "넌 할 수 없어"라는 마법을 깨부수는 열정적이고 진지한 화가를 두려워한다.


몸도, 마음도 다 타버린 재처럼 소진된 고흐의 편지는 말년에 눈에 띄게 나약해집니다. 동생은 그런 형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형 자신을 불쌍히 여길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야. ... 형이 완성한 작품들을 생각해 봐. 그런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소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형은 더 이상 뭘 바라는 거야? 뭔가 훌륭한 것을 창조하는 것이 형의 강렬한 소망 아니었어? 이미 그런 그림들을 그려낼 수 있었던 형이 도대체 왜 절망하는 거야? 게다가 이제 곧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 때가 다시 올 텐데 말이야. 퓌비 드 샤반, 드가, 그리고 다른 화가들을 봐도 그렇잖아? 형이 의지만 있다면 아주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국내도서
저자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 신성림역
출판 : 예담 200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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