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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 Economics

이코노미스트 22년3월12일 | 세계는 러시아의 거대한 원자재 공급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by 지표덕후 2022. 3. 14.

가격 상승은 전쟁보다 오래갈 것


1866년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네크라소프는 농노제가 폐지되었음에도 왜 대부분의 농민들이 부유해지지 못 했는지를 묘사한 4부작 시 <누가 러시아에서 행복한가>을 첫 출간했다. "사슬이 끊어졌다"고 1장은 결론 지었고 소름끼치는 결말은 단숨에 양쪽을 강타했다.

 

 

150년 후 그의 시구는 러시아에 대한 배척과 그에 따른 파장에 대한 비유가 되었다. 호주와 비슷한 규모의 세계 11위 경제 대국을 배척한다고 해서 반드시 세계적인 혼란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네크라소프 시대 이후, 그리고 소련이 붕괴된 이후, 러시아와 세계 경제를 연결하는 의존의 사슬은 강화되고 더욱 복잡해졌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석유, 석탄 수출에 대해서 각각 1위, 2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동쪽 이웃(역자주: 러시아)으로부터 얻는다. 러시아는 또한 미국의 수입 우라늄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전세계 알루미늄과 구리의 10분의 1과 배터리용 니켈의 5분의 1을 공급한다. 자동차·전자산업의 핵심인 팔라듐 등 금속에 대한 지배력은 더 크다. 밀과 비료의 중요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원자재(raw materials) 수출은 서방이 다른 부문에 부과했던 포괄적인 금지 조치에서 제외되었다. 미국은 3월 8일 러시아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embargo)를 발표했지만 애초에 석유는 거의 구매하지 않았다. 영국은 올해 석유 구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다. 그러나 서방이 금수 조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징후가 팽배해지면서 상품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3월 6일 미국의 앤서니 블링컨(Antony Blinken) 국무장관이 동맹국과 공동의 금지조치에 대해 논의한 후, 브렌트유는 12월 1일의 두 배인 배럴당 13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3월 10일에는 다시 113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3월 8일 러시아가 보복하겠다고 위협하자 유럽 도매 가스 가격과 연동된 계약은 mwh당 285유로(316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배나 되는 가격이다. 니켈이 종전 최고가의 2배를 기록한 같은 날 런던금속거래소(LME, London Metal Exchange)는 145년 역사상 두 번째로 니켈 거래를 중단했다. 이번 주 다른 금속들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거나 거의 근접했다.

이 정도 깊이와 폭의 충격은 전례가 없었다. 3개월 단위로 집계되는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의 핵심 원자재 지수(core-commodity index)는 1973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상승했다. 3월 4일이 끝나는 주에는 195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트레이딩 시장 밖으로 파장이 전파된 것 같지는 않지만 그 고요가 오래갈 것 같지 않다. "현재 스크린에 출력된 가격이 4주 후면 현실이 됩니다"라고 한 트레이더는 말한다. 긴장이 더 지속되면 에너지와 금속을 배급해야 할 수도 있다. 사기업과 개인은 고통스럽지만 적응해야 할 것이다. 부유한 세상은 씩씩거리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파산할 수도 있다. 결국 러시아가 굴복할 수 있지만 거대한 폭력으로 고통받는 나머지 세계에서 끊어진 사슬이 다시 회복되기 전까진 진정한 끝이 아니다.

원자재(commodity) 시장은 두 가지 이유로 공황 상태에 있다. 첫째, 많은 이들이 전쟁 전부터 수요 증대로 인해 빠듯했다. 폐쇄(lockdown) 후의 강력한 경기 회복은 에너지와 금속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여 주식들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석유 거래 회사인 Vitol의 지오반니 세리오(Giovanni Serio)는 석유 공급이 끊기는 쉽지만 늘리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수요를 따라잡지 못 한 상태라 말했다. COVID-19 기간 동안 문을 닫았던 정유소 같은 많은 "미드스트림(midstream)" 시설들이 오프라인 상태로 남아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우려를 일으키는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문제였던 공급이 사라지는 것이다. 일부 러시아 석유는 여전히 세계 각지로 흘러나가고 있어 수백만 배럴이 현재 대서양을 건너고 있지만 그것의 대부분은 2주, 혹은 그 전에 구매되어 결제된 물량이다. 25%의 가격 할인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우랄산 원유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팔 수도 없는 화물을 떠안게 되는 상황을 경멸하는 서방 기업들은 다가올 제재를 선제적으로 대처하고자 한다. 기업들은 대중의 반발 역시 두려워한다. Shell은 우랄 원유 구매 이후 며칠 동안 부정적인 언론 보도에 시달리던 끝에 3월 8일 러시아 석유 구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상황은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외국 은행들은 심지어 중국 은행들도, 러시아 무역에 대한 신용장(letters of credit) 발행을 중단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어긴 혐의로 10년 동안 막대한 벌금을 낸 이후 은행들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글렌코어(Glencore)와 같은 대형 원자재 거래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글렌코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외된 곳에 전기를 공급하(고 이익을 챙긴다)는 명목으로 독재정권과 거래해왔다. 많은 기업들이 그들이 러시아와 계속 거래할 경우 그들의 생명줄인 은행 자금이 끊어질 것을 두려워한다.

물류 관련 문제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보험 가입을 안 받아주기 때문에 외국 선박들은 흑해를 피하고 있다. 지난 주 러시아 컨테이너 운항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Maersk와 MSC가 철수했다. 영국은 러시아 선박의 입항을 금지했다. EU 역시 비슷한 조치를 숙고하고 있다. 프랑스는 철강과 대두를 싣고 다른 나라로 향하는 러시아 선박을 나포했다.

유휴 화물과 변덕스러운 가격이 상품 거래의 물리적, 재정적 인프라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일부 유럽 항구는 극심한 혼잡을 겪고 있다. 발을 잘못 디딘 트레이더들은 엄청난 마진 콜(margin calls)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3월 7일 대형 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이 LME(역자주: 런던금속거래소)에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다. 침공 이후 벙커유(bunker-fuel, 역자주: 선박용 연료유) 가격이 3분의 1 상승하면서 전 세계 선박 운송을 제한하고 있다.

서방에 의한 적절한 석유 금수 조치는 이 모든 사태를 Cam(역자주: 잉글랜드 캠강)에서 펼쳐지는 재미 있는 조정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평년에 러시아는 하루에 7m-8m 배럴을 수출하는데 그 중 절반이 EU로 흘러갔다. 이론적으로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수입량을 늘려 다른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컨설팅 회사인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러시아의 송유관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50만 bpd 정도만 재송출할 수 있으며 철도를 사용해봤자 20만 bpd 정도만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러시아 석유를 유럽으로 운송하는 데는 5~10일이 걸리고 아시아로 운송하는 데는 45일이 걸린다. 만약 "2차" 제재가 비서구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면 흐름을 전환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서구의 지불 시스템을 누릴 수 없게 되면, 트레이더들은 투박한 물물교환으로 돌아설 것이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들은 충분한 규모를 확보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이는 러시아 석유 공급의 상당 부분이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원자재들이 아마 영향을 받을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에 대한 가스 수출을 줄임으로써 전면적인 석유 금수 조치에 응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석탄 판매를 제한하는 것 또한 고통스러울 것이고 가스에서 벗어나려는 유럽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자체 공급품의 품질이 악화되면서 유럽 권역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 비중이 지난 10년간 두 배인 80%에 달하게 되었다. 가스와 석탄 둘 다 러시아산의 많은 부분이 시장에 쉽게 나오지 못 할 것이다. 러시아의 가스 저장시설은 거의 꽉 찼다. 석탄 수요가 가장 많은 아시아로 그것을 운송할 만큼 큰 선단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유럽에는 철도로 보낸다).

 

 

담합(cartel) 요청

다른 곳에서의 공급이 늘어나면 이런 손실을 완화할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다. 석유부터 보자. 미국은 이미 1백만 bpd의 석유 생산량 증가를 계획했다. 또한 서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에게 공급량을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여 2백만 bpd를 추가로 생산할 수 있었다.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1백만 bpd를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다. 비상용 재고를 건드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주 미국과 다른 큰 석유 소비국들은 그들의 저장고에서 60백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므로 그들은 추가로 더 꺼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조치가 전세계 공급을 3~4백만 bpd까지 증가시킬 수 있지만 아마도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추가 물량은 도착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OPEC 회원국들은 수년 동안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을 빠르게 늘릴 수 없다. 미국 셰일 유정을 재가동하는 데에도 족히 6개월이 걸리고, 거기서 원유를 운반하는 데는 6개월이 더 걸린다. 그 사이 물가가 엄청나게 높게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문제도 있다. 유황 함량이 높은 우랄산 원유를 처리하기 위해 마련된 정유시설을 개조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레바논은 석유 부족이 아니라 비우랄 등급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디젤이 바닥났다.

새로운 가스 공급원을 찾는 것은 유럽의 큰 문제이다. 봄이 오면서 대륙은 그것을 덜 필요로 할 것이고 겨울이 지나 재고를 다시 비축하는 일은 가을까지 미루어질 수 있다. 한편 유럽은 미국으로부터 액화 천연가스를 더 많이 수입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액화 천연가스를 다시 기체 상태로 전환하는 "regasification" 처리능력을 높여야 한다. 노르웨이 유정이 하계 보수 일정을 연기한다면 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유럽으로 더 많은 파이프를 보낼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조치가 러시아 수입품의 약 6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라이스타드는 예측한다. 치열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노력.

따라서 억지로라도 수요를 줄이지 않으면 시장을 리밸런싱 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잔인한 방법은 정책을 통해 건물의 난방 제한이나 산업용 전력 배급을 제한하는 것이다. 아마 시장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 즉, 스스로 자구적인 삭감을 통해 치솟는 물가에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 Vito의 세리오는 원유가격이 배럴당 200달러로 급등할 경우 2백만 bpd를 "자발적으로" 삭감할 수 밖에 없으며, 수입이 쪼그라들면서 추가적인 2백만 bpd는 구매하지 못 하게 될 거라고 봤다. 3월 9일에 Rystad는 더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금수 조치에 동참한다면 올 여름 가격이 배럴당 24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에너지 지옥은 기업과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다. 금속의 수요 파괴는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알루미늄 부족은 자동차에서 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생산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 니켈 부족은 전기 자동차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다.

이 모든 여건은 확실히 부유한 경제를 묶어놓을 것이다. JP모건체이스는 유로존이 2.1%p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침공 일주일 전보다 0.8%포인트 낮추어서 세계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가난한 나라들에 닥칠 즉각적인 위협은 경상수지 적자의 급증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다른 모든 것이 같다면 석유 수입국 37곳의 경상수지가 1년 동안 배럴당 150달러가 될 경우 평균 2.3%p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것은 파키스탄과 터키처럼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라들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도표2 참고). 중국은 1%p로 말미암아 경상수지(current-account) 흑자가 끝날지도 모른다. 심지어 칠레와 같은 원자재 수출국들도 피해를 볼 수 있는데 이는 금속이 그만큼 절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석유 수출국들은 이득을 볼 것이지만 비에너지 수출을 어렵게 하는 통화절상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제재 해제 이후에도 상승된 가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평판이 나쁘고 위험한 무역 파트너로 여겨지는 러시아는 계속 소외될 것이라고 Liberum의 톰 프라이스는 말한다. 자본시장과 수출 수익이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할 수록 상품 생산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것이다. 기술과 자산의 손실과 함께 이는 용량을 축소시킨다. 2022년 이후로는 높은 금리와 더딘 글로벌 성장이 마침내 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다. 그것도 엄청난 비용으로. 1876년 네크라소프는 시의 마지막이자 가장 유쾌한 부분을 집필하면서 이를 "모든 세상을 위한 축제"라고 불렀다. 해피엔딩은 오지 않았다: 그 장은 미완으로 남았다.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사들 중 일부를 번역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 기사도 한 번 읽어보세요: The Economist 3월 12일 주간호의 기사입니다.

 THE ECONOMIST Mar 12th 2022 | 서구의 신용시장(credit markets)은 잘 버티고 있다
THE ECONOMIST Mar 12th 2022 | 세계는 러시아의 거대한 원자재 공급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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