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일정으로 홍콩을 다녀왔습니다.
홍콩 여름 습하다습하다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경험해보니 상상을 초월하네요.
해외여행 가면 동네 골목 구석구석 걸어보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서 그랬더니 모자랑 티셔츠에 염전이 생성되네요.
그래도 열심히 걸었던 덕분에 입도 눈도 즐거웠던 8월의 홍콩 추억 공유합니다.
홍콩공항, 옥토퍼스카드 구매
홍콩여행의 필수품입니다.
멀리까지 갈 것 없이 입국장 나서자마자 발매처가 있기도 하고,
그곳이 너무 붐빈다면 공항철도 타러 가는 초입에도 발매처가 있으니
대기줄이 길지 않은 곳을 선택해서 사면 됩니다.
가격은 보증금 50HKD + (최초) 최소 충전금액 100HKD.
여행하면서 저희는 보증금까지 싹싹 긁어 썼습니다.
홍콩섬 센트럴역
드디어 란터우섬을 벗어나 홍콩섬에 도착했습니다.
직전에 비가 왔던지 땅이 축축하고 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긴 휴가를 떠난 '싱흥유엔'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나온 토마토라면 집입니다.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근처라 여기서 요기를 간단하게 때우고 숙소 가려 했는데
때마침 긴 휴가(8월 12일부터 8월 26일까지)를 떠나셨네요.
덕분에 싱흥유엔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카우키 레스토랑'이 반사이익을 제법 누리는 것 같습니다.
(원래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만요)
사진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대기줄이 길어요.
덕분에 저희는 어디서도 배를 채우지 못한 채, 빨리 숙소에 짐을 두고 나오기로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싱흥유엔은 다시 성업 중이겠지요.
나중에 다시 홍콩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먹고 말겁니다.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센트럴에서 미드 레벨로 가는 길은 시종일관 오르막입니다.
눈이 안 내리는 나라이기에 망정이지 눈이 내렸다면 윗 동네는 아마 틀림없이 고립되었을 거예요.
'와, 에스컬레이터 고장이라도 나면 사람들 어떻게 다니냐'라는 잡생각 하면서 올라가는데...
마지막 구간, 점검으로 운행중지...
굶은 지 8시간째,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꼭대기까지 오를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숙소 근처 풍경
숙소는 미드 레벨 거의 꼭대기에 있었습니다.
근처에 식물원이 있어서 삐쭉삐쭉한 잿빛 마천루와 녹음이 묘한 풍광을 만들어내네요.
체크인만 얼른 하고 배가 고파 바로 나왔습니다.
사실 배보다도 시원한 커피 한 모금이 너무 간절합니다.
헐리우드 거리와 소호 거리를 지나
Hazel & Hershey Coffee Roasters
'Hazel & Hershey Coffee Roasters'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카페가 무슨 초콜릿 선물상자 같지 않나요?
시원한 콜드 브루와 아포가토를 주문했습니다.
양에 비하면 가격이 많이 비싼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드 브루는 받자마자 거의 생맥주 먹듯이 원샷해버렸지만요.
케네디 타운 가는 길
케네디 타운을 가기 위해 버스 타러 가는 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벽보 형식의 광고물들이 많이 보이네요.
우리나라는 담장에 광고물을 부착하는 게 금지되어 있어서
(지정된 게시시설에만 부착할 수 있어요)
이런 풍경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요.
걸어걸어 버스 정류장은 제대로 찾았는데,
옥토퍼스에 잔액이 부족했네요. 최초충전금을 공항철도 타는 데 다 써버려놓고
충전을 안 해놓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결국 현금으로 버스비를 결제해야 했는데,
아시지요? 홍콩 버스는 잔돈 안 거슬러 주는 것.
울며 겨자먹기로 20HKD를 지불했는데 나중에 셈해보니 원래 버스비는 둘이 합쳐 9HKD 정도였네요.
두 배 이상을 낸 겁니다.
'Alvy's
홍콩에서 핫한 브류어리 '영마스터'의 맥주와 맛있는 피자를 즐길 수 있는 Alvy's입니다.
이토록 주변과 이질감을 뽑내는 버건디 외관을 그냥 지나치긴 힘들 거예요.
아, 그러고보니 홍콩에서 만끽한 첫 식사였네요.
사실 그럼에도 후한 점수를 주긴 힘들 것 같습니다.
도우가 별로였거든요.
케네디 타운 산책
우리 첫 끼니를 맛없는 것으로 기억해서야 되겠냐고,
Alvy's에서의 기억을 다른 맛있는 음식으로 얼른 덮어쓰자고 합의하여
우리는 곧바로 다른 레스토랑을 방문하기로 합니다.
다만 곧바로 먹으면 배가 불러 맛있는 음식도 맛있게 먹지 못 할까봐
케네디 타운을 찬찬히 산책하며 소화를 시켰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케네디 타운은 들어가보고 싶은 식당이 많고,
트램이 자주 다니며 조촐한 수변공원이 있는,
긴 시간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동네였어요.
케네디 타운, Catch
그렇게 (강제로) 배를 꺼뜨린 우리 부부는 다시 먹부림을 시작합니다.
'Catch'는 해외 매스컴(CNN이었던 것 같아요..)에서 접했던 집인데,
"와, 이 집 음식 잘하네, 진짜 맛있네" 하면서 둘이 매우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특히 닭의 간으로 빠떼를 만들어 구운 브리오쉬(Chicken liver pate, sticky grapes, brioche)는
일품이었습니다. 요리 좋아하는 아내는 경이로워 하며 먹을 정도였지요.
홍콩대학교
제가 방문하고 싶다고 고집 부려서 오게 된 홍콩대학교.
우리 부부는 여기에서 무간지옥을 경험하게 됩니다.
땀을 쏟으며 걷고 걸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무간지옥이요...
친절한 경비아저씨의 적극적인 가이드로 겨우 지옥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桃源川粵美食
위 단어는 발음이 어떻게 되나요?
홍콩 왔는데 사천요리 안 먹어볼 수 있냐며 아내랑 의기투합해 찾게 된 현지인 맛집.
둘 다 혀 쫄보 주제에 기세등등하게 사천요리만 골라서 시켰는데요.
가뜩이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볼케이노 같은 조명 때문에 잔뜩 쫄았었는데
음식에서 풍기는 향마저 코를 간질간질하게 하는 아린 향입니다.
우리나라 청량고추처럼 혀에 채찍질 하는 듯한 매운 맛은 아니지만
뭔가 사나운 민트를 먹은 것 같은 서늘함이 속에서 오래 가네요.
그래도 음식은 상당히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Ping Pong 129 Gintoneria
오늘의 마지막 일정입니다.
이름이 말해주듯이 탁구장을 아주 살짝만 개조해서 만든 스페니쉬 진토닉 바입니다.
'단련신체'라는, 탁구장 시절에 썼을 법한 슬로건 아래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팔고 있군요.
저는 진토닉에 오렌지 껍질과 주니퍼 베리(zuniper berry)를 가니쉬로 해서,
특이하게도 벌룬 글래스에 내주는 Master's London을 주문했습니다.
향긋하고 차가운 알콜이 오늘 하루의 노곤함을 일거에 씻어내는,
그야말로 여행 첫 날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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