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일정으로 도쿄여행을 다녀왔다.
비도 오고 흐린 날씨가 계속 됐지만 우리 코스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 두 번째 날의 코스와 동선을 공유한다.
우에노 - 구라마에(아사쿠사 근처) - 키치죠지 - 시모키타자와로 이어지는 꽉찬 일정이다. 공유 자전거 서비스인 헬로싸이클링을 이 날부터 이용했다.
야나카의 Sagittare(サジテール) - 가야바 커피(カヤバ珈琲) - 우에노 공원(上野恩賜公園) - 구라마에의 라멘 카이(らーめん 改) - 구라마에 거리 산책 - 시부야 (스크램블) - 키치죠지의 토니스 피자 - 키치죠지 거리 산책 - 시모키타자와의 Gochi2(ごち2)
이 동선으로 움직이며 직접 방문한 식당, 카페, 스폿 등에 대한 후기를 짧게 기록한다. 진솔하게 맛있으면 맛있다, 별로면 별로다라고 적었으니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쿄여행 야나카 디저트 맛집. Sagittare(サジテール)
전날 야나카를 천천히 산책할 때, 갑자기 이 케이크 집 사장님이 우리를 불러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종이에는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케이크를 만드는지 서툰 한국어로 정성껏 설명돼 있었다.
"밀가루와 알코올을 일절 넣지 않고 만드는 케이크". 당신이 만드는 케이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사장님의 열정과 자부심에 반해 우리는 둘째 날 아침 메뉴를 이 치즈케이크로 정했다. 마침 우에노 공원 근처라 케이크를 사서 우에노 공원으로 향했다.
도쿄여행 야나카 카페. 가야바 커피(Kayaba Coffee; カヤバ珈琲)
1900년대 초에 세워진 카페이다. 한 마디로 100년 넘은 가게인 것이다.
주변의 카페 중 일찍 영업을 시작하는 편이다. 치즈케이크와 먹을 커피를 샀다. 원래는 계란 샌드위치 등 브런치 메뉴로 유명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서양 여행자들이 두 팀 정도 앉아 오믈릿을 먹고 있었다.
도쿄여행 들를 만한 곳. 우에노 공원
날씨는 비가 당장이라도 내릴 것처럼 흐렸지만, 우에노 공원 광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소소하게 공원을 즐기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치즈케이크를 한입 물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감히 말하건데 Sagittare에서 치즈케이크를 사먹을 수 있는 야나카 주민들은 복받았다. 나는 이렇게 맛있는 치즈케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
가야바 커피의 커피는 특별할 것도 흠잡을 것도 없었다. 어쩌면 치즈케이크의 뛰어난 퍼포먼스 때문에 커피맛이 가려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망중한을 즐기다가 우리는 구라마에로 넘어가기 위해 자리를 일어섰다.
도쿄여행 공유 자전거 서비스. 헬로싸이클링으로 우에노 - 구라마에 이동
일본은 길이 넓지는 않지만 자동차들이 무척 신중하게 달리기 때문에 자전거 운전하기가 수월하다. 그래서 일본 여행을 가면 오사카에서든, 도쿄에서든 교토에서든 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있었다.
우에노역에서 구라마에까지는 자전거로 15분 정도 되는 거리다. 달리는 길도 비교적 쾌적하다.
자전거는 헬로싸이클링이라는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해 빌렸다. 한국 전화번호로 가입이 가능하고 국내 명의의 카드도 연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서비스라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필요없을 만큼 편리하게 이용했다.
도쿄여행 구라마에(Kurame) 맛집. 라멘 카이(Ramen Kai; らーめん 改)
구라마에에서는 워낙 유명한 맛집이라 오픈런을 했다. 영업 시작 전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조개육수 라면과 멸치육수 츠케멘이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다. 각각 하나씩 시켰는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메뉴 하나하나가 정말 푸짐하다. 푸짐하기만 하면 아쉬울 텐데 맛도 기가 막힌다.
조개육수와 멸치육수 각각이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종류의 면발이 나름의 식감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음에 구라마에를 방문해도 재방문할 의사가 있다.
도쿄여행 구라마에 소품샵. Tool Shop Nobori(道具屋nobori)
구라마에에는 소품샵도 제법 많이 있다. 아기용품을 주로 파는 Howmore Living을 비롯해 우리가 물잔을 구매한 툴샵 노모리까지.
툴샵 노모리는 깔끔하고 단아한 취향의 소품을 취급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정말 실루엣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아주 얇은 유리잔을 샀다.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다.
그런 소품들 외에도 Fog Linen Work의 의류도 판매하고 있다. 포그린넨워크를 취급한다는 것으로 이 샵의 분위기가 대강 그려질 것이다.
도쿄여행 구라마에 카페. Lucent Coffee
드립커피를 기가 막히게 내리는 곳이다.
이 집에서야 왜 원두를 굳이 선택하고 왜 스페셜티를 먹는지 알게 되었다.
서양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건지, 한국인은 우리밖에 없었고 현지인과 서양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카페 입구에 앉아 구라마에 거리를 구경하면서 커피 한 잔 했던 그 시간이 커피향과 함께 귀국 후에도 오래 지속된다.
구라마에 디저트 맛집. Marcelino Mori(マルセリーノ・モリ)
일본은 달달한 디저트, 스위츠가 정말 맛있는 나라다. 후르츠 산도는 그 중 대표적인 스위츠인데 우리는 여러 번 일본을 여행했으면서도 후르츠 산도를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그 첫 경험을 구라마에에서 하게 됐다. Marcelino Mori는 연세 지긋한 할머니가 운영하신다.
우리가 후르츠 산도를 주문할 때 로컬로 보이는 현지인이 카츠 산도를 사갔다. 믿음이 더 올라간 건 당연지사. 그 믿음대로 산도는 맛있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단맛과 과일 건더기가 입을 즐겁게 한다.
도쿄여행 구라마에/아사쿠사 가볼 만한 곳. inkstand by kakimori
문구, 특히 만년필이나 수첩 덕후라면 환장할 만한 곳이다.
여러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각양각색의 만년필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라미, 파일롯, 파버 카스텔 등 필기구로 유명한 제품들로 낯선 곳에 내 흔적을 남기는 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원하는 만년필로, 원하는 종이에 기록을 할 수 있어 나도 몇 자 적어 남기고 왔다.
특히 여기는 수첩을 맞춤 제작해 주는 서비스로 유명하다. 스프링 수첩으로 한정돼 있어 나는 신청하지 않았지만(스프링 수첩 싫어함), 많은 이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의 수첩이 제작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쿄여행 가볼 만한 곳. 시부야 스크램블
드디어 시부야역에 도착했다. 우리의 남은 일정은 도쿄 시부야역을 거점으로 진행된다.
시부야역 남단에 있는 Granbell Hotel을 잡았는데, 와 시부야역 구조가 너무 복잡해 숙소를 찾는 데 아주 애를 먹었다.
도쿄여행 키치죠지 맛집. 토니스 피자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인 <토요일의 도쿄>에서 소개되었던 피자 맛집이다.
여기 사장님이 미국에서 피자 만드는 걸 사사받았는데, 그 당시의 스승님 이름이 '토니'이다. 사장님은 미국 피자를 그대로 베끼기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레시피를 적용해 도쿄에서 피자를 팔았다.
이 집의 킥은 풍성한 치즈에 있는데 나로서는 킥이라는 이 치즈 때문에 토핑 본연의 맛이 많이 가려져 아쉬웠다. 해산물 피자, 믹스 피자를 시켰는데, 풍성한 치즈 때문에 뭐가 해산물 피자고, 뭐가 고기 피자인지 도드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줄을 오래 서서 들어갔는데, 그럴 만한 가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도쿄 키치죠지 구제 신발샵. SKIT(スニーカーショップSKIT 東京・吉祥寺店)
나이키뿐 아니라 푸마, 아디다스 등 신발 브랜드들의 한정판 신발을 판매하는 곳이다.
구제 제품이라 상태가 좋은 것도 있지만 아웃솔이 다 헤지고 심지어 터진 상품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백 만 원이 넘어가는 걸 보면 아주 희소한 한정판인 듯하다.
나는 이 분야의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멋지게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샵에 가득한 걸 보면 이곳은 꽤 유명한 곳인 것 같다. 그만큼 보유하고 있는 물건도 매우 많다.
도쿄 키치죠지 디저트 맛집. 오자사 모나카(Ozasa; 小ざさ)
키치죠지역 아케이드에 겸손하게 자리 잡고 있는 모나카집이다.
한국 아이스크림 가게에 있는 시모나나 태극당의 모나카와 비교하면 훨씬 얇은 피를 자랑한다. 덕분에 피를 씹을 때 부드럽게 부서지는 느낌이 좋다. 입 천장에 들러붙지도 않는다.
피가 얇기 때문에 안에 든 소가 중요할 텐데, 은은하게 달짝지근한 소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낱개로도 판매한다.
시모키타자와 맛집. 이자까야 Gochi2(ごち2)
시모키타자와는 우리나라 홍대와 비슷한 포지션의 동네이다. 요새 뜨는 핫한 여행지.
구제 의류샵이 많고 소품샵도 많다. 계획보다 이 동네에 늦게 도착해서 쇼핑을 많이 하지는 못 했다. 아쉬울 뻔했는데, 그 와중에 이 이자까야 고치2를 발견한 게 행운이었다.
전반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이자까야이다. 특히 사시미가 아주 만족스럽다. 그 중에서도 문어 숙회는 꼭 포함해 먹어보길 권한다.
이를 대면 껍질이 두두둑 찢어질 정도로 쫀쫀하고 탄력 있게 삶아진 문어가 즐거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안주에 맞게 추천해주는 니혼슈(사케)도 아주 훌륭했다. 마리아쥬도 좋았지만 니혼슈 그 자체로 향긋하고 맛났다.
시모키타자와에서 시부야역으로 다시 헬로 싸이클링
시모 키타자와에도 헬로 싸이클링 스테이션 큰~ 게(=대여 가능 자전거가 많은)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시부야역까지 달렸다.
도쿄 야경 이쁘고, 차도 많지 않아서 신나게 달렸다. 다만 우에노에서 구라마에 코스보다는 2-3배 정도 먼 것 같다.
그렇게 하루를 거의 실패 없이 꽉 채운 우리는 역시나 편의점털이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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